일기

배려

유아란 2015. 4. 28. 00:46

개인적으로 게임을 하다가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은, n명의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게임에서 n+1명이 모였을 때다. 디아블로3를 하는데 5명이 모인다던가, 롤을 하려고 하는데 6명이 모인다던가..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모인 이상, 당연히 자기도 게임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같이 하는 것이 혼자 하는 것보다 재밌겠지.. 특히 롤같은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경우의 난 대부분 배려를 한다. 몇판 같이 돌다가도 '약속이 있다' 라던가, 혹은 '힘들다' 라는 식으로 핑계를 대며 '들어오지 못한 한 명을 넣어서 같이 놀아라' 라는 식으로 말한다. 그게 내가 마음이 편하다. 

배려라는 말은 참 착한 말이지만, 결국 직설적으로 말하면 내가 이런 행동을 하기에, 당신도 나에게 이런 행동을 하길 원한다 라는 바람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이런 n+1 상황에서 홀로 남은 1명을 위해 배려를 하는 것은, 내가 그 홀로 남은 1명이 되었을 때의 기분이 최악이기 때문이다. 홀로 남겨지더라도 기분이 별로 나쁘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것을 배려할 지 모른다. 결코 그 사람들이 나쁜 것이 아니고, 그냥 모르기 때문이다. 


어제도 결국 그런 일 때문에 터지고 말았다. 

밥을 먹고 늦게 왔더니 이미 5명이 모여서 롤을 하고 있더라. 여기서 홀로 남은 나는 그 사이에 낄 수 없는 상황이 된거다.

사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내가 늦었기도 하니까 어쩔 수 없지. 혼자 놀기라도 할까' 라고 생각할 것이지만, 아무래도 나는 이런 쪽에 정말 약한 사람이라 굉장히 섭섭했다. 도대체 나도 왜 이런 걸 가지고 섭섭해 하는 지 모르겠지만, 섭섭했다.

결국 다음 날 회사에 가서까지 얼굴에 있는대로 티를 내고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회사 동생은 내 얼굴만 살피며 안절부절하고.. 

이미 이런 상황에 오면 (나의 경우) 이 상황은 이미 끝인거다. 꼴에 자존심은 더럽게 세서, 대놓고 나에게 신경을 쓴다거나 그런 상황은 또 못참는다. 

그래서 결국, 채팅방을 나왔다. 앞으로 또 6명이 모일 때 마다 그런 스트레스를 받는게 싫어서..


결국 위의 사건을 제 3자의 눈에서 정리해보면 나라는 인간은 "같이 게임 안 해 준다고 꼬장부리고 나간" 사람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게 맞다. 부정할 수 없다. 문제인 걸 알면서도 고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싫다.

회사 동생은 내가 배려심 넘치는 사람이라 그런거라고 하지만, 이런 배려심이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

말로는 항상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남에게도 당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라는 말을 달고 살면서, 이런 경우에 내 스스로가 그런 말을 못 지키다니.. 이건 배려심이 아니라 이기심이지..


이런 일이 있을 때 마다 왠지 모르게 울적해진다. 이런 기분은 참 오랜만이네..

역시 게임은 혼자 하는게 최고지..